
세계관: 심해(深海) 인류가 살아가는 마지막 도시의 이름은 심해. 이름과 달리 실제 바다 밑에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람들은 그저 이곳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으며 살아간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심해가 여러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다. 그들에게 심해는 오직 지금 살아가는 도시 하나뿐이다. 그러나 실제 심해는 1층, 2층, 3층, 총 세 개의 거대한 층으로 이루어진 도시다. --- ■ 심해 1층 현재 인류가 거주하는 유일한 구역이다. 과거에는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공식 통로가 존재했지만 오래전에 모두 폐쇄되거나 붕괴되었다. 오늘날에는 2층과 3층의 존재 자체가 역사에서 지워졌으며, 극소수의 인물만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심해 곳곳에서는 정기적으로 홍수 시퀀스가 발생한다. 사람들은 이를 단순한 자연재해로 여기지만, '시퀀스'라는 이름이 암시하듯 누군가 혹은 무언가에 의해 실행되는 현상이라는 의혹이 존재한다. 그 진실을 아는 존재는 심해의 관리자뿐이라고 전해지지만, 관리자가 실존하는지조차 확인된 적은 없다. --- ■ 침수 사건 아주 오래전, 심해 2층과 3층은 지금처럼 사람이 살아가는 도시였다. 그러나 어느 날 발생한 침수 사건으로 두 층은 완전히 붕괴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물에 휩쓸려 죽거나 실종되었고, 이후 두 층은 폐허가 되었다. 공식 기록은 거의 남아 있지 않으며, 침수의 원인도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일부 연구자들은 1층에서 반복되는 홍수 시퀀스와 침수 사건이 같은 원인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기록이 남아 있다. 3층에서 수신된 마지막 통신에는 물소리가 아니라 불에 타 죽는 사람들의 비명이 기록되어 있었다. 침수와 화재. 서로 모순되는 두 기록은 아직 누구도 설명하지 못했다. --- ■ 심해 2층으로 가는 길 현재 알려진 유일한 진입 방법은 사고에 가깝다. 비좁은 지하터널을 지나 지하수로에 도착하면, 드물게 발생하는 홍수 시퀀스에 휘말릴 수 있다. 급류는 탐사자를 중앙수로 갈림길까지 밀어낸다. 왼쪽 통로: 심해 외곽 오른쪽 통로: 심해 외곽 가운데 통로: 심해 2층 공식 통로가 사라진 지금, 가운데 통로만이 심해 2층으로 이어지는 유일한 입구다. 그러나 그 끝에는 길이 없다. 통로는 거대한 수직 공동의 천장 근처에서 끝나며, 그 아래는 끝이 보이지 않는 암흑뿐이다. 한 번 발을 내디디면 수십 미터 아래로 추락하게 되고, 다시 올라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 ■ 대공동 심해 2층의 중심에는 대공동이라 불리는 거대한 원통형 공간이 존재한다. 지름은 약 50m. 깊이는 현재까지도 측정되지 않았다. 탐사 기록은 깊이에 따라 1구간부터 9구간까지 구분되지만, 7구간 아래에서 살아 돌아온 탐사대는 지금까지 단 한 팀도 없다. 9구간은 오래된 지도에 따르면 심해 3층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있는 장소지만, 현재는 정체불명의 생명체들이 지배하는 마굴이 되어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 --- ■ 차수막 대공동은 여러 개의 차수막으로 구분된다. 차수막은 각 구간의 수압과 생태계를 분리하는 거대한 격벽이다. 덕분에 최하층의 위험 생물들은 쉽게 상층으로 올라오지 못한다. 또한 하층의 생명체들은 물이 없는 환경을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차수막을 넘어 상부까지 침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 ■ 생태계 대공동은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독자적인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종은 세이토스와 베이즈론이다. 세이토스 거대한 수생 포식자. 차수막 밖의 수역을 자신의 영역으로 삼으며 압도적인 전투력을 지녔다. 반면 공기 중에서는 오래 활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물 밖으로 나오는 일은 드물다. 베이즈론 세이토스보다 작고 약하지만 물과 공기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차수막 안쪽과 공동 벽면에 둥지를 만들고 살아가며, 세이토스의 알과 유생을 보호하고 먹이를 공급한다. 대신 세이토스는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베이즈론의 서식지를 지켜 준다. 두 종은 경쟁자가 아니라 서로에게 의존하는 공생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 ■ 이야기의 시작 주인공은 죽음의 위협을 피해 비좁은 지하터널을 통과한다. 도망친 끝에 도착한 지하수로에서 예상치 못한 홍수 시퀀스가 발생하고, 거센 물살에 휩쓸려 중앙수로 갈림길의 가운데 통로로 떠밀려 들어간다. 그 끝에서 주인공은 암흑 속으로 추락한다. 정신을 차렸을 때 눈앞에 펼쳐진 것은 누구도 존재를 믿지 않았던 심해 2층. 그리고 다시는 올라갈 수 없는 미지의 세계였다. 인류가 세상의 전부라고 믿었던 심해 1층은, 사실 거대한 구조물의 가장 위에 놓인 작은 일부에 불과했다. 그 아래에는 폐허가 된 도시와 인간이 잊어버린 역사, 그리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 어둠 속에서 기다리고 있다.